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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만지는 현대사상』 서문읽기 2015.09.16

마르크스와 쇤베르크, 하버마스와 브뤼헐, 이들의 공통점은?

 

이 책은 현대음악가인 쇤베르크와 사회주의 사상가 마르크스, 네덜란드의 풍경화가 브뤼헐과 의사소통 이론의 대가 하버마스, 현대화가 피카소와 언어학자 소쉬르 등 예술가와 사상가를 하나의 수평선상에 놓고 현대사상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이 책에서 연결시키고 있는 사상가의 사상과 예술가의 예술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쇤베르크의 음악과 마르크스의 사상은 얼핏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인다. 실제로 쇤베르크는 자본주의 사회를 급진적으로 비판한 혁명가는 아니었으며 정치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나 쇤베르크는 전통적인 음악에 대해서 그것을 마치 자연적 질서인 양 숭배하는 비예술가의 태도를 참지 못하였다. 이러한 쇤베르크의 사유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 질서를 마치 자연법칙으로 간주하여 그것을 과학인 양 떠받드는 부르주아지 경제학자의 태도를 참지 못한 마르크스의 그것과 명백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또한 미리 주어진 법칙이나 선험적 체계를 거부하고 체계가 결여된 듯 보이는 일상의 세계(생활세계)에서 소통과 합의의 가능성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하버마스와, 하나의 인위적 소실점을 거부하고 비체계적인 일상 자체를그대로 노출하면서도 질서의 가능성을 제시한 브뤼헐 사이에는 명백한 수평선이 존재한다. 또 언어 혹은 기호의 의미란 사물의 지시가 아닌 기호들 자체의 변별적 차이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통찰을 남긴 소쉬르와, 자전거의 안장과 손잡이의 조합을 변경하여 그것들의 기호적 의미를 바꾼 종합적 큐비즘 시기의 피카소도 그렇다. 소쉬르가 언어나 기호가 사물의 재현이 아니라고 봄으로써 근대적인 세계관을 넘어섰다면, 피카소는 회화의 도상을 현실의 대상을 지칭하여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도상들 자체의 변별적차이에 의해서 의미를 지니는 기호로 나타냄으로써 재현주의에 집착한 근대회화를 넘어선다.

 

스물다섯 명의 사상가들을 다루면서 그들의 사상을 예술가와 관련짓는 이유는 예술을 단지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한 가교로 삼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책에서 언급하는 예술가와 사상가 사이에는 간접적인 듯 보이지만 긴밀한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예술작품을 통해서 추상적이고도 난해한 철학 사상이나 형이상학적 개념에 접근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철학과 달리 예술작품은 매우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다. 물론 예술작품도 추상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며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지식이나 통찰력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예술작품에 하나의 해석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예술작품의 미덕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우리의 일상 적 경험의 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추상적 개념을 경험의 차원에서 구현하다

 

책에 수록된 스물다섯 명의 사상가 중 마르크스, 레닌, 니체, 키르케고르는 근대사상가에 속하지 않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의 사상이 근대라는 시대적 제약을 넘어서 이 책을 관통하는 현대사상의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그들의 사상이 지닌 현대적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난해한 철학적 개념을 늘어놓기보다는 구체적인 예술작품과 수평선상에 놓을 것이다. 마르크스의 물신주의 개념보다는 쇤베르크의 무조음악 작품이, 레닌의 유물변증법 개념보다는 말레비치의 작품이, 니체의 허무주의 개념보다는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 앞부분이, 키르케고르의 불안과 부조리 개념보다는 뭉크의 〈절규〉가 지닌 예술사적 의미가 훨씬 더 구체적이고도 쉽게 그들의 사상적 핵심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언급하자면, 스물다섯 명의 사상가와 예술작품 혹은 예술가의 조합은 니체, 루카치, 후설, 하이데거 등의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조합이라기보다 나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마르크스와 쇤베르크, 하버마스와 브뤼헐, 프로이트와 루솔로, 사르트르와 마네 등 대부분의 조합은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얼핏 생뚱맞아 보이는 사상가와 예술가의 조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한 핵심을 파악한 셈이다. 실제로 각 사상가마다 이에 부합하는 예술가 혹은 예술작품을 선정하여 이를 조합하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도 가장 흥미로운 작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스스로에게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현대사상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는 흥미로운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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