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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연설의 진실』 서문읽기 2015.09.15

이미지는 왕왕 혼자 돌아다닌다.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연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히틀러의 연설이라 하면 목소리를 내지르는 히스테릭한 모습이 떠오른다. 

확실히 히틀러는 클라이맥스에서는 커다란 제스처로 고래고래 소리치듯이 말하고, 말하는 속도도 빠르다. 

적 진영에 대해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세워 공중에서 자잘하게 흔들면서 위협적으로 말한다. 

텔레비전 등에서 이런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히틀러가 연설 중에 늘 이렇게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만이 히틀러 연설의 특징인 것도 아니다. 

혼자 돌아다니다 정착된 이미지에서 히틀러 연설을 일단 떼어놓아야 한다.

 

히틀러 연설의 실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히틀러가 한 말 자체를 분석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우선 실제 연설문 하나를 살펴보자. 

다음에 제시하는 것은 총리 취임 11일 후인 1933년 2월 10일에 히틀러가 한 연설의 일부다. 

여기서 그는 1919년 2월에 바이마르 공화국이 탄생하고부터 

나치당(국민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이 정권을 장악하기까지 14년에 걸친 정부의 정치 실책을 규탄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그대로의 연설문인지 아닌지 한번 곰곰이 읽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급기야 붕괴의 손길이 다시금 도시에 뻗어와 이제는 실업자 무리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100만, 200만, 300만, 400만, 500만, 600만, 700만, 오늘날에는 사실상 700만에서 800만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들(바이마르공화국을 만든 자들 —역자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요 14년 사이에 온갖 파괴를 자행했다. 

 

(……) 

 

나 자신이 14년간 단 한 번도 동요하지 않고 이 운동(나치 운동 —역자주)을 쌓아 올리기 위해 항상 일해왔듯, 

또 일곱 명이었던 당원을 지금의 1200만 명까지 늘릴 수 있었듯, 나는 그리고 우리는 독일 국민의 부흥을 위해 일할 작정이다. 

이 운동으로 오늘날 독일을 통치하게 되었듯, 우리의 지도에 따라 앞으로 이 독일은 다시금 위대한 나라, 또 활기찬 나라로 되돌아갈 것이다. 

이를 통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혹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는 바다.

 

독일 국민의 부활은 손 놓고 있어도 저절로 시작된다고 여러분에게 약속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이제부터 일을 해나가겠지만, 독일 국민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유, 행복, 그리고 삶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하늘에서 뚝 떨어질 것이라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모든 일의 근본은 바로 스스로의 의지, 스스로의 작업에 있다. 

타인의 원조에 기대는 일, 우리 자신의 국가가 아닌 것이나

우리 자신의 국민이 아닌 것의 원조에 기대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독일 국민의 미래는 우리 자신에게만 있다. 

만일 이 독일 국민을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의 작업으로, 스스로의 근면함으로, 스스로의 결의로,

스스로의 반골 정신으로, 스스로의 집요함으로 드높이 끌어올린다면, 

일찍이 선조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독일을 손에 넣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만들어냈듯, 우리는 다시금 그 길을 뛰어 올라갈 것이다.

 

 

이러한 히틀러의 연설이 청중을 열광시켰다면, 그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연설문 표현의 어디에 어떤 언어적인 장치가 있었으며, 어떠한 음조로 말하고, 어느 부분에서 어떠한 제스처를 보였기 때문일까? 

또한 어떠한 정치적·역사적 상황에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히틀러는 사반세기, 25년에 걸쳐 연설했다. 

시작은 뮌헨 맥주홀에서 열린 공개 집회에서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인상적인 제스처를 처음 선보였을 때(1919년 10월)이고, 

끝은 베를린의 총리 관저 근처에 파놓은 총통 지하 방공호에서 최후의 라디오 연설을 녹음했을 때(1945년 1월)이다. 

정권을 잡기까지 히틀러가 한 연설은 정말로 청중을 열광시켰고,

정권에 있을 때 히틀러가 한 연설은 정말로 독일 국민의 사기를 드높였을까? 

연설하는 히틀러에게 설득력과 카리스마를 새겨 넣기 위해 사용된 도구는 시대와 함께 어떻게 ‘진화’했을까?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언어적 측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연설이 놓인 정치적·역사적 맥락에 초점을 맞추어 히틀러 연설에 접근한다. 

시간 축을 따라 더듬어가다 보면 히틀러 자신도 깨닫지 못했던 연설의 역할이나 기능의 변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언급되는 일은 많아도 분석되는 일은 적었던 히틀러 연설의 진실을 드러내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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