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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오디세이-심산의 알피니스트 열전』 편집후기2014.12.04



 

 

 

《마운틴 오디세이: 심산의 알피니스트 열전》편집후기

길은 내가 만든다

바다출판사 기획편집부 서슬기

 

 


사람들이 왜 산에 오르는 걸까?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산과 바다, 둘 중 어디가 좋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바다가 더 좋다.

‘출판사 이름이 바다출판사여서 좋다, 산출판사였으면 나랑 안 맞았을지도 모른다’고 웃기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차피 내려올 거 왜 올라가느냐?”고 물을 정도는 아니지만,

‘저렇게 산이 좋다고 오르는 이유는 뭘까?’라는 궁금증은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원고를 읽기도 전에 ‘산? 산악인? 거기에 무슨 할 얘기가 있지?’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랬던 내가 원고를 읽으면서 헤르만 불의 자서전 《8000미터 위와 아래》를 사고, 부모님께 등산 데이트를 신청했다.

원고를 읽고 산과 등반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용감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자신만의 길을 만든 사람들

알피니스트들의 이야기는 결국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므로,

그들의 삶 속에는 진한 우정과 배신 같은 세상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등반철학과 인생관이 진득하게 녹아 있다.

그래서일까. 38명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등반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 7년 만에 몬테로사에 다시 오른 제프리 윈스럽 영,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오르고도 자신만의 명예를 찾기보다 히말라야 원주민의 사람들을 위해 활동한 에드문드 힐러리,

자신이 언젠가 마주할 운명의 산을 오르기 위한 끊임없는 준비 끝에

마침내 운명의 산 낭가파르바트를 이틀 동안 홀로 오르고 노인이 되어 내려온 헤르만 불,

세계 최초로 8,000미터 봉 14좌를 모두 오른 데다 에베레스트에는 무산소 단독등반으로 올라 인간 신체의 한계를 재정립하고,

그것도 모자라 60권이 넘는 저서를 쓰며 인간 정신의 한계도 재정립할 기세의 라인홀트 메스너,

남자들도 하지 못했던 엘 캐피턴 노즈 자유등반을 하루 만에 성공한 린 힐….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나를 사로잡은 알피니스트는 로열 로빈스다.

화려한 경력, 자신의 잘못은 시원하게 인정하는 열린 마음, 목표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삶을 즐기는 초연한 자세.

자연을 훼손하고 등반의 즐거움을 저해하는 볼트 사용을 반대하는 자신만의 등반윤리까지.

(한 가지 이유를 더 대자면,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되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정도를 지키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산다면 어떤 일이 있든 인생이 즐거울 것 같다.

 

1961년 엘 캐피턴의 살라테 월을 오르는 도중

바위 위에서 낮잠을 즐기는 로열 로빈스.

 

 

산행길은 인생길과 닮았다

나는 산이 아니라 알피니스트들의 매력에 빠졌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검단산만 올라도 숨을 헉헉대는 나로서는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요세미티에 매달린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지만,

그들이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그 한계 혹은 자신 안의 무엇을 극복해 나갔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알피니스트들은 자신이 오르고자 하는 봉우리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다.

‘아니, 어떻게 저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산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로까지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점점 더 그들에게 빠져든다.

정말 단순하게 감상을 말하자면, 다들 ‘뻑 갈 정도로’ 멋진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것은 현실의 나에겐 불가능한,

육체를 혹사하며 ‘무모한 도전’을 일삼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시기심에서 비롯된 감상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산을 오르듯 자신의 삶을 살았고 그 모습은 늘 높은 허들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네 인생에 큰 영감을 준다.

 

이 책에 실린 산악인들의 삶과 등반이 꼭 산악인들에게만 어떤 울림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산을 대하는 태도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 인생길은 산행길과 닮았다. 그들이 보여 준 용기와 도전, 전혀 새로운 생각과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 내는 불굴의 의지, 그리고 대세와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나아가는 독창적인 삶의 태도는 우리 모두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시대를 살았고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졌지만 그들의 삶과 등반을 통하여 이렇게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_서문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직도 나는 산보다는 바다가 더 좋다.

이 책을 읽고 산에 가고 싶다는 열망에 불타 등산을 했는데,

그때도 ‘이렇게 힘들 걸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를 반복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산에 올라가는 건지, 왜 산을 좋아하는지는 조금 알겠다.

문득 오래전에 배운 시조가 하나 떠오른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 사람은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라는.

한발 한발 오르면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에는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이 등산길과 인생길의 묘미가 아닐지.

그 맛을 한 번 더 보러 올해가 가기 전에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야겠다.

 

 

뉴욕 근교의 샤왕건크스에서 암벽등반에 열중하고 있는 린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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